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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매화 / 꽃 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by 토토의 일기 2019.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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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날이 풀려 동네를 걸었다. 봄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 따사롭고 환한 골목길을 찾아 걷는다. 차가 덜 다니는 길, 햇살 잘 비치는 길, 낮은 집들 나직이 엎드려 있는 길.


담장마다 매화나무며 산수유, 목련나무들이 서 있다. 아직 꽃망울만 부풀어 있을 뿐 꽃이 피기는 이른 때인 듯.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느 집 담장에 꽃망울 터뜨린 매화나무를 보았다. 향이 얼마나 진한지 벌이 붕붕 날고, 멧새 한 마리도 가지 사이를 날아다닌다. 오호 너 여기 있었구나. 한참을 남의 집 담장 아래서 향을 맡다가 돌아왔다.



이른 봄 이렇게 매화꽃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시, 유치환님의 '춘신'을 덧붙인다.


춘신(春信)


- 유치환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 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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