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집콕 생활이 출구를 보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가정주부인 나는 생필품 구입을 위한 외출 말고는 사교적인 모임을 끊은 지 1년이 되어가고, 직장인인 아들도 출퇴근 외의 시간은 거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
답답하고 깝깝하고 슬픈 시간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숨통이 트일 만한 즐거운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참고, 또 참고 또 참으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 예쁜 꽃 한 송이라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을 것 같아 겨울에도 꽃이 피는 제라늄을 몇 포기 샀다.
1회용 모종화분에 심어져 있는 작은 포기 하나당 2천원, 4천원, 8천원 정도한다(화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포기 크기, 맺힌 꽃망울 수, 꽃색깔 등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2천원짜리도 분갈이해서 잘 키우면 금방 자라니 굳이 비싼 것을 안 사도 된다.)
다이소에 작은 토분이 2천원 정도하고 분갈이용 흙과 물빠짐 좋게 하는 마사도 판다.(화분과 흙, 마사 다 합쳐서 만원 미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집에 와서 모종화분의 제라늄을 토분으로 옮겨 심고(요즘 제라늄 키우기가 대세인지라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난다.) 물을 촉촉하게 준 뒤 창가 햇빛 좋은 곳에 두고 기다렸다. (제라늄 목마를까 매일 물을 주면 제라늄은 말라서 죽는다. 흙이 거의 바싹 말랐을 즈음에 물을 주면 된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제라늄을 들여다보면 손톱보다 작은 어린 새잎이 뾰족 나있고, 다음날 아침엔 눈꼽만큼 더 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햇빛 비칠 때 가만히 들여다보면 잎의 솜털이 환히 다 보인다. 어찌나 이쁜지 모른다.
이 작은 생명도 살겠다고 뿌리에서 열심히 물을 빨아올려 초록잎들을 키우는데, 하물며 사람인 내가 내 몫의 삶을 게을리해서 되겠나 싶은 마음도 들게 한다.
그 기특한 녀석이 어느 날 눈으로 알아보기도 힘든 꽃망울을 물더니 열흘도 넘는 시간 동안 점점 더 몸을 부풀리고 꽃망울을 매달 꽃대 역시 몸을 꼿꼿이 세우더니
드디어 꽃이 피었다. 한 우주가 열린 것이다
개화(이호우)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빛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이호우님의 시조 개화에 나온 시적자아의 심정을 그대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작은 생명이 자라나 꽃 피는 것을 보는 기쁨.
오늘도 살아 남아서
그대들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꽃처럼 어여쁘게 피어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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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시대 코로나우울 극복하기/ 생명이 피어나는 것을 보는 기쁨 '식물 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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