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찔레꽃 하얀 잎이 피었습니다./올해 첫 찔레꽃/2018.5.2./대구 팔현마을 금호강둑

by 토토의 일기 2018. 5. 2.
반응형
어릴 때 기억으로 마을 뒷산에 있는 밭에 갈 때 찔레꽃 덤불을 참 많이 보았다. 오월에 하얀 꽃이 필 때는 더욱 아찔했다. 그 가시덤불 사이에 수북히 피어난 찔레꽃이라니.

그 이미지가 각인되어 우리 가요 중에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으로 시작되는 '찔레꽃' 노래를 들을 때면 나는 흥 콧방귀를 뀌었다. 나는 찔레꽃이 하얗다는 걸 너무 잘 아니까. 아직까지 왜 그렇게 붉은 찔레꽃으로 표현했는지는 모르겠다.(바닷가에 피는 해당화를 찔레꽃으로 본 것인가? 해당화꽃은 붉다. 옛날 7번 국도 영덕 삼사공원 가까운 곳쯤에 해당화가 길가에 심어져 있었다. 남쪽 바닷가 마을에도 해당화가 있을 듯.)

나이가 들면서 그 가사의 구슬픔 때문에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지잉~하긴 하지만.

그러고 보면 '찔레꽃'이란 제목의 노래는 다 슬프다. 한때 나는 팝페라 가수 임형주의 미성에 홀린 적이 있었다. CD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니며 들었을 만큼 매료되었었다.(물론 지금도 나는 그의 노래를 좋아한다.) 그의 노래 중 '찔레꽃'을 들을 때마다 나는 늘 마을 뒷산 밭에 가던 장면을 떠올렸다. 엄마랑 아부지를 따라 가던 낮은 산길. 수풀 우거지고 찔레꽃과 해당화 피어 있던 길. 엄마 아부지는 밭일을 하고 나는 일 끝나기를 기다리고.

찔레꽃(임형주 노래)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날 하나씩 따 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팔목 아플때 내려 오시네 
밤마다 꾸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넘어로 내려 오시네 
가을 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길 어두워질때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엄마 아부지는 지금 찔레꽃 피어 있는 마을 뒷산 우리 밭둑에 누워계신다.

결혼하고 나서 한창 아이들을 키우고 가난했지만 신나게 살 때이다. 어느 가을 밤에 멀리 봉화 명호면 청량사에서 산사 음악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 부르는 가수 '장사익'. 남편 친구가 서울에서 내려온다며 같이 가자고 해서 가게 되었다. 그들 부부와 우리. 지금 생각하면 꿈결 같다. 그 저녁에 (전국에서 다 모였는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산길을 걸어 올라가던 장면이 아련히 떠오른다.

청량사 경내가 그리 넓지는 않다. 무대 앞은 물론 화단가나 잔디둑이나 어디든 앉을 수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빼곡 차서 그의 노래를 들었다. 하얀 두루마기를 차려 입고 가슴 깊이에서 뽑아올린 한스러운 음색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그의노래에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이 느껴졌다.

찔레꽃 (장사익 노래)

하얀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아 

찔레꽃처럼 울었지 
찔레꽃처럼 노래했지 
찔레꽃처럼 춤췄지 
찔레꽃처럼 사랑했지 
찔레꽃처럼 살았지 
찔레꽃처럼 울었지 
당신은 찔레꽃 
찔레꽃처럼 울었지

나는 그저 그의 모든 노래에 마음이 아팠는데 특히 이 '찔레꽃'은 더 마음이 아팠었다. 나중에 '불후의 명곡'을 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당시 인생의 밑바닥이던 자신의 처지가 찔레꽃과 닮아 보여서 그가 직접 지은 노래라 한다.
 장미꽃 뒤에 초라하게 피어 있는 찔레꽃. 그래서 그렇게 듣는이의 마음조차 울렸구나.
 
나는 한번도 찔레꽃이 초라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없다. 단아하고 슬프고 그리워서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꽃. 내게 찔레꽃은 그렇다.

지금 대구 수성구 팔현마을 뒤 금호강 강둑에 피어 있다. 요즘에 와서 찔레꽃은 보기 힘든 꽃이 되어 버렸다. 고향 마을 뒷산에는 가득 피어 있을까.




아래 자료 출처 : 우리 생활 속의 나무 '찔레꽃' (정헌관)
🔻
산에 오르다 보면 쭉 뻗어 멋있게 생긴 나무도 많지만 가시덤불을 이루어 산행을 힘들게 하는 떨기나무도 있다. 그중 하나가 찔레나무다. 쓸모없는 귀찮은 나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찔레나무는 쓸모가 많은 나무다. 봄이 한창 무르익을 때쯤 하얀색 또는 연분홍 꽃이 피는데 소박하면서 은은한 향기와 함께 흰색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아주 잘 맞는다. 봄에 돋아나는 연한 찔레순은 보릿고개 시절 아이들의 요긴한 간식거리로, 비타민이나 각종 미량 원소가 듬뿍 들어 있어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가을이 되면 팥알만 한 빨간 열매가 앙증맞게 달리는데 이것을 영실(營實)이라 하여 약재로 썼다. 여자들의 생리통, 생리불순이나 신장염 치료에 효험이 있는데 8~9월쯤 열매를 따서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달여 먹거나 가루로 만들어 먹으면 된다. 찔레 뿌리는 산후통, 부종, 어혈, 관절염 치료에 좋고, 뿌리에 기생하는 찔레버섯은 어린아이 경기, 간질 치료에 최고의 묘약일 뿐 아니라 각종 암 발생을 억제하는 탁월한 효험이 있다고 한다. 또한 찔레순을 흑설탕이나 꿀과 함께 발효시켜 먹게 되면 성장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게 되고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