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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철학자들 56회 못난 돌도 꽃이어라 완주군 위봉산 자락 김용만(67) 용접공 30년 퇴직 앞두고 위암 실천문학 등단시인 귀향 아내 허수자

by 토토의 일기 2023.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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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철학자들[56회] 못난 돌도 꽃이어라 / 2023년 5월 12일 19:40 방송


56회 못난 돌도 꽃이어라



■ 방송일시 : 2023년 5월 12일 (금) 저녁 7시 40분, KBS1
■ 기획 / KBS
■ 프로듀서 / 신동만
■ 연출 / 구판정 글.구성/ 서지숙
■ 제작 / 황금나무


도시를 벗어나, 삶이 자연이고, 자연이 삶이 된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가공되지 않은 순정한 영상과 그들만의 통찰이 담긴 언어로 기록한 
고품격 내추럴 휴먼 다큐멘터리, [자연의 철학자들].


56회 ‘못난 돌도 꽃이어라’ 편에서는
작은 꽃과 돌을 소중히 여기고 돌담을 쌓으며 세상을 배우는
 시인 김용만 씨의 삶을 만나본다.




완주군 수만리 위봉산 자락에 사는 김용만 시인은 유명한 김용택 시인의 동생이다. 김용만 시인 시집『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삶창)





#김용만 시인 등단 30년 만의 시집 관련 기사 🔻🔻🔻

등단 30년 만의 시집 김용만 "시처럼 내리는 눈, 넌 쓰고 난 전율한다" [김용출의 문학삼매경]

30여 년을 일하고 퇴직을 하루 앞둔 2016년 12월 24일, 야구장의 철망 보수작업을 위해 높은 크레인 위에 올라가 있던 그의 휴대전화 수신음이 길게 울려 퍼졌다. 발신처는 회사일로 바빠서 며칠 전

v.daum.net




■ 돌에게 배운다






 
“돌들은 쓸모없는 게 하나도 없어요. 
긴 대로 짧은 대로 둥근 대로 모난 대로 깨진 대로 엎어진 대로... 
다 필요한 거예요.”

 전라북도 완주군 위봉산 자락의 한 산골 마을. 그곳에는 키 낮은 돌담이 아름다운 집이 하나 있다. 반려견 ‘소양이’와 함께 사는 김용만(67) 씨는 몇 해 전부터 가지런히 낮은 돌담을 쌓고, 수선화에 돌멩이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 마당 곳곳에 가득한 그의 정성 어린 손길. 그의 집에서는 텃밭의 쌈 채소도, 수선화 한 포기도 돌멩이 울타리 안에서 자라난다. 돌이 황금보다 귀하고 소중하다는 용만 씨는 예쁜 돌, 모난 돌 가리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돌담을 쌓다 보면 둥근 돌 모난 돌 큰 돌 작은 돌... 모두가 나름의 쓸모가 있다. 돌을 쌓으며 세상사는 일을 다시 배운다는 용만 씨.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가리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의 이치를 다시 깨닫고 있다. 





■ 그제야 보이더라


“흔하게 돌아다니는 돌멩이에 누가 신경을 쓰나요?
아프고 나니 발에 차이는 돌멩이 하나, 꽃 하나가 가슴 아프고 간절하게 다가오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시인을 꿈꿔왔던 용만 씨. 계간지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현실에서 그는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시인이 아닌 노동자로 살았다. 작은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며 가장의 무게를 오롯이 감내하며 30년... 드디어 은퇴를 하루 앞둔 어느 날, 그는 위암 판정을 받았다. 항암치료 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골 마을에서 투병 생활을 하던 용만 씨... 이전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존재들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은 돌 하나, 꽃 하나가 그제야 보이기 시작한 것. 
 자연 속에서 배운 새로운 깨달음을 그날그날 일기로 기록하기 시작한 용만 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꾸준히 적어간 일기는 곧 시가 되었다. 그는 자연이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그저 받아 적기만 했더니 시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그는 가슴 속에만 간직했던 시심(詩心)을 등단 30여 년 만에 첫 시집으로 펼쳐냈다. 
 

“평생 그리던 시골집 하나 사놓고 덜컥 아팠다.
속살이 타버린 줄도 모르고다들 떠난 마찌꼬바 용접사로 삼십여 년 살았다.
노동이 아름답다는데 나는 신물이 났다
저 대문 활짝 열고 찾아올 동무를 위해 일찍 등불을 걸어야지
잉그락불 같은 채송화를 마당 가득 심어야지
새들이 오래 놀다가는 바람의 집을 지어야지“

-‘귀향’ 김용만 作



■ 엎드리는 삶




“시골 살면 자연스럽게 엎드리게 돼요.
농부의 삶이 엎드리는 거잖아요. 스스로 낮아지는 거예요.
진정으로 땅을 위해 살면 낮아질 수밖에 없어요.“






한때 제지공장이었던 그의 집 마당은 온통 시멘트 바닥이었다. 갈라진 콘크리트 틈새에서 피어난 작고 앙증맞은 채송화...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굳건히 꽃을 피워 내는 채송화를 보며 연약한 꽃에도 강인한 생명력이 있음을 깨달은 용만 씨. 그는 채송화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마당의 콘크리트를 조금씩 걷어냈다. 자연의 꽃, 돌, 새.... 그들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농부가 된 용만 씨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자연 앞에 엎드리는 삶을 배웠다. 씨앗을 심고 새싹을 보며 땅을 위해 살게 되면 의도하지 않아도 스스로 엎드리게 된다는 그는 돌을 쌓고 흙을 만지며 자연과 함께 낮아지는 삶을 살고 싶다.






■ 그대가 있어, 꽃길이었네



“아내가 좋아요. 
열심히 사셨고, 나를 많이 이해해 줬고, 모든 걸 도와줬어요.
이제 앞으로는 아내를 위해서 살려고 합니다.”
 
 용만 씨에게는 오랜 세월 힘이 되어준 영원한 ‘내 사람’이 있다. 바로 그의 아내 허수자(59) 씨. 젊은 시절, 한 문학회에서 인연이 된 그녀는 아무것도 없는 용만 씨와 믿음 하나로 결혼했다. 한평생 시집 하나 내지 못하는 그를 안타까워하고, 기다려 준 아내를 위해 용만 씨는 돌담을 두른 멋진 텃밭을 선물했다. 
 올해 은퇴를 앞둔 수자 씨는 주말마다 내려와 텃밭을 가꾸고, 오솔길을 거닐며 자연 속에서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요즘 수자 씨는 바쁘게 살던 젊은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자수를 배우며 조금씩 삶의 여유를 느끼고 있다. 천 위에 꽃 한 포기만 수를 놓아도 작은 정원을 옮겨놓은 듯 뿌듯하다. 하지만 실의 색이 몇 백 가지가 되어도 자연의 색은 결코 따라갈 수 없다는 수자 씨. 그렇게 조금씩 자연을 닮아가는 중이다.
 오늘도 낮은 자세로 돌담을 쌓으며 아내를 위한 텃밭을 가꾸는 용만 씨는 은퇴를 앞둔 아내와 반려견 ‘소양이’와 함께할 소박한 나날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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