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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구에는 목련꽃이 피었습니다. 이형기 시 낙화 전문 全文

by 토토의 일기 202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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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오며 보니 누군가의 집 담장 안에 목련꽃이 하얗게 피어 있다. 키 큰 목련 나무에 달린 하얀 등불들. 잠시 피었다 스러지지만 피어 있는 그 순간에는 단아한 자태로 주변의 모든 것들을 압도한다.


봄날임에도 미친 봄바람은 차갑다. 예쁘게 손질하고 나온 머리가 산발 ~  다행히 햇살은 밝고 하늘은 청명하다.




국채보상공원 목련은 만개의 정점을 지나 진 것들도 보인다.








아기의 예쁜 똥색 같은 산수유는 꽤 오래 버티고 있고.



며칠 전 화사하게 젊음을 구가했던 매화는 이제 낙화의 길을 가 버렸다. 생명 가진 모든 것이 햇살을 받으며 누리는 시간은 너무 짧다. 하지만 떠나야 할 순간에는 떠나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








떠나야 열매가 맺히고 그 다음 생명들에게 자리가 주어진다.  이런 섭리를 가슴에 간직하면 인간의 덧없는 욕망에 좀 초연해질 듯도 싶은데 ... 살아가고 있는 순간에는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게 삶의 딜레마다.


벚꽃 질 때면 늘 떠오르는 시 이형기 시인의 낙화 그 전문을 올려본다.



낙화(落花)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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