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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넷플릭스 영화 <레이디 버드> 줄거리 결말 영화정보 출연진 결말해석 "고향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소녀가 결국 자기 삶의 출발점을 다시 바라보는"

by 토토의 일기 2026.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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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버드(2017)는 엄마와 딸의 사랑과 상처, 사춘기의 허세와 후회를 가장 현실적으로 담아낸 성장영화이다. 포스터 출처 다음영화 《레이디 버드 》

영화 소개


영화 레이디 버드(Lady Bird, 2017)는 미국 새크라멘토를 배경으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한 소녀가 가족과 친구, 첫사랑과 진로 사이에서 흔들리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영화이다. 거칠고 예민한 사춘기의 감정, 엄마와 딸 사이의 사랑과 상처, 집을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결국 그곳의 의미를 뒤늦게 깨닫는 마음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그레타 거윅의 연출 데뷔작이며, 시얼샤 로넌과 로리 멧칼프의 연기가 특히 강한 인상을 남긴다.

레이디 버드는 거대한 사건으로 승부하는 영화가 아니다. 대신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을 법한 나이, 누구에게도 완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시기의 감정을 아주 정교하게 붙잡아낸다. 주인공은 특별히 위대한 인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극적인 운명을 짊어진 인물도 아니다. 그저 지금의 삶이 답답하고, 부모의 방식이 싫고, 더 멋진 세계로 가고 싶어 안달이 난 평범한 십대일 뿐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바로 그 평범함을 가장 날카롭게 파고든다. 친구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사랑을 착각하고, 부모에게 상처 주는 말을 던지고, 막상 혼자가 되면 자기 집과 자기 이름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는 과정이 너무나 현실적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보면서 감탄하기보다,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 기억 하나가 찔려오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엄마와 딸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둘은 분명 서로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사랑은 매번 다정한 말로만 나오지 않는다. 경제적 불안, 기대, 체면, 걱정, 실망이 뒤섞인 채 서로를 밀어내고 붙잡는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청춘영화가 아니라, 사랑이 늘 예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는 사실까지 정직하게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정보


제목: 레이디 버드 (Lady Bird)

개봉연도: 2017

국가: 미국

장르: 코미디 드라마, 성장영화

감독 / 각본: 그레타 거윅

주요 출연: 시얼샤 로넌, 로리 멧칼프, 트레이시 레츠, 루카스 헤지스, 티모시 샬라메, 비니 펠드스타인

러닝타임: 94분

배경: 2000년대 초반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핵심 소재: 사춘기, 엄마와 딸의 갈등, 계급 의식, 진학, 첫사랑, 자아 찾기

특징: 그레타 거윅의 단독 연출 데뷔작, 성장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




등장인물 / 배우 / 역할

크리스틴 “레이디 버드” 맥퍼슨 / 시얼샤 로넌

본명은 크리스틴이지만 스스로를 레이디 버드라고 부르며, 자기 삶을 새로 규정하고 싶어 하는 고등학생이다. 새크라멘토라는 익숙한 공간을 답답하게 느끼고 동부 대학 진학을 꿈꾼다. 반항적이고 충동적이며 허세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지금의 환경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절박함이 있다. 이 인물은 사춘기의 이기심과 불안, 허영과 순수함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영화는 그 복잡한 결을 미화하지도 조롱하지도 않는다.


마리온 맥퍼슨 / 로리 멧칼프

레이디 버드의 어머니이다. 간호사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떠받치고, 딸의 미래를 누구보다 걱정하는 인물이다. 표현 방식은 날카롭고 통제적이지만, 그 근저에는 불안과 사랑이 함께 깔려 있다. 딸에게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어 하면서도 현실을 무시한 꿈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이 인물은 전형적인 악역 엄마가 아니라, 먹고사는 현실 앞에서 사랑을 부드럽게 표현할 여유를 잃은 사람에 가깝다.


래리 맥퍼슨 / 트레이시 레츠

레이디 버드의 아버지이다. 실직과 우울감 속에서도 딸을 조용히 이해하려고 애쓰는 인물이다. 집안에서는 비교적 부드럽고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그 역시 경제적 압박과 가장으로서의 불안을 안고 있다. 엄마가 엄격한 현실의 얼굴이라면, 아버지는 그 현실을 조금 더 따뜻하게 완충해 주는 존재이다.


줄리 스테펀스 / 비니 펠드스타인

레이디 버드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다.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레이디 버드를 대하는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레이디 버드는 더 멋져 보이는 세계에 끌려 줄리를 소홀히 대하지만, 결국 가장 오래 남는 관계가 무엇인지를 이 친구를 통해 깨닫게 된다. 줄리는 이 영화의 감정적 양심 같은 존재이다.


대니 오닐 / 루카스 헤지스

레이디 버드의 첫 남자친구이다. 학교 연극부에서 만나 가까워지며, 레이디 버드에게 첫사랑의 설렘을 안겨 준다. 다정하고 섬세해 보이지만, 그의 내면에도 숨기고 싶은 불안과 혼란이 있다. 이 관계는 로맨스의 완성이 아니라, 레이디 버드가 타인의 사정과 상처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마주하는 계기가 된다.


카일 샤이블 / 티모시 샬라메

허세와 냉소를 장착한 자유분방한 청춘의 이미지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레이디 버드가 동경하는 ‘쿨한 세계’를 상징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의 태도는 성숙함이 아니라 공허함과 자기기만에 가깝다는 점이 드러난다. 레이디 버드는 카일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이 동경하던 멋이 실은 얼마나 얄팍할 수 있는지 배우게 된다.





상세 줄거리와 결말

새크라멘토를 벗어나고 싶은 소녀


사진출처 다음영화 《레이디 버드 》




레이디 버드는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다. 그는 자기 본명인 크리스틴보다 스스로 붙인 이름인 ‘레이디 버드’로 불리길 원한다. 그 이름에는 지금의 자신을 벗어나 전혀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담겨 있다. 집안 형편은 넉넉하지 않다. 어머니 마리온은 간호사로 일하며 가계를 책임지고, 아버지 래리는 실직 상태에 놓여 있다. 하지만 레이디 버드는 그런 현실을 정면으로 보기보다, 동부의 대학에 진학해 완전히 다른 삶을 시작하고 싶다는 꿈에 매달린다.



사진출처 다음영화 《레이디 버드 》



영화 초반부터 엄마와 딸의 관계는 날이 서 있다. 차 안에서 대화를 하다 말다툼이 격해지고, 레이디 버드는 충동적으로 차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엄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을 옥죄는 굴레처럼 느껴지는 딸의 심리를 보여준다. 반대로 엄마 입장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철없는 딸이 불안하다. 학비를 감당할 수 없는 집안 사정 속에서 동부 진학만 고집하는 딸을 보면 답답함과 분노가 앞선다. 서로 사랑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사진출처 다음영화 《레이디 버드 》




학교생활에서도 레이디 버드는 늘 어딘가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 그는 현재의 생활 수준과 주변 환경이 못마땅하다. 부유한 친구들, 멋진 집, 세련된 분위기를 동경한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친구 줄리와 함께 있을 때는 편안함을 느낀다. 문제는 레이디 버드가 편안함보다 화려함에 더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는 점이다. 이 시기의 그는 자기 자신도, 자신이 원하는 삶도 아직 분명히 알지 못한 채 일단 지금 있는 자리부터 싫어하는 상태에 가깝다.



더 멋진 세계를 향한 허세와 첫 번째 사랑



사진출처 다음영화 《레이디 버드 》




레이디 버드는 학교 연극 활동을 하다가 대니를 만나고,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대니는 다정하고 예의 바르며 감수성이 섬세한 소년이다. 레이디 버드는 대니와 함께하며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감정’의 형태를 배워간다. 크리스마스 시즌, 둘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특별한 시간을 보내며 십대다운 풋풋한 연애를 이어간다. 레이디 버드에게 대니는 답답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첫사랑은 오래 가지 않는다. 레이디 버드는 우연히 대니가 다른 남학생과 함께 있는 장면을 보게 되고, 그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힘들어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배신감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바람이나 거짓말의 차원이 아니다. 대니 역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환경 속에 있었고, 레이디 버드는 그 복잡한 사정을 처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사랑이 늘 자신이 기대한 방식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관계를 통해 배운다.



사진출처 다음영화 《레이디 버드 》




이후 레이디 버드는 점점 자신이 동경하던 ‘쿨한 무리’ 쪽으로 기울어 간다. 그는 부유한 집안 출신 친구 제나와 어울리기 시작하고, 오래된 친구 줄리를 점점 뒤로 밀어낸다. 줄리는 여전히 진심으로 레이디 버드를 대하지만, 레이디 버드는 그런 안정감보다 화려한 이미지와 계급적 상승의 환상에 더 집착한다. 자신이 사는 동네와 집안 형편을 숨기고, 더 멋진 배경을 가진 척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는 허영심이지만 동시에 열등감이 낳은 방어이기도 하다.



카일과의 만남, 환상의 붕괴


레이디 버드는 이후 밴드 활동을 하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카일에게 끌린다. 카일은 마치 모든 것에 초연한 듯 보이고, 기존 질서나 규범을 비웃는 태도로 레이디 버드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니가 따뜻하고 안정적인 세계였다면, 카일은 불안정하지만 더 성숙해 보이는 세계의 상징처럼 보인다. 레이디 버드는 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그의 곁에 있으면서 자신도 조금 더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사진출처 다음영화 《레이디 버드 》



하지만 카일과의 관계는 곧 환상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는 겉으로는 세상을 다 아는 듯 말하지만, 실제로는 타인을 깊이 배려하지도 않고 자기 모순도 심하다. 레이디 버드는 카일과 관계를 맺으며 그것이 자신의 첫 경험이라고 믿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만, 곧 카일이 사실은 동정이 아니었으며 그 말을 가볍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순간 레이디 버드는 크게 상처받는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긴 경험이 상대에게는 별것 아니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동경하던 ‘쿨함’이 실은 무책임과 허세일 수 있다는 사실을 한꺼번에 깨닫는다.

이 시점부터 레이디 버드의 성장통은 더 선명해진다. 친구를 밀어내고, 허세를 따라가고, 멋있어 보이는 세계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넣으려 했던 시도가 결국 자신을 더 공허하게 만들었음을 체감한다. 그는 프롬 파티를 앞두고 결국 카일이 아닌 줄리 곁으로 돌아간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매우 중요하다. 레이디 버드는 그제야 자기 삶에서 진짜 소중했던 관계가 무엇인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준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깨닫기 시작한다.



진학 문제와 엄마와의 전쟁


레이디 버드는 계속해서 동부 대학 진학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경제적 현실을 이유로 가까운 학교를 권하지만, 레이디 버드는 새크라멘토를 떠나야만 자신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그는 아버지의 도움과 학교 선생님의 조언 속에서 몰래 여러 대학에 지원한다. 이는 단순한 입시 행동이 아니라, 엄마가 정해 놓은 현실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기 삶을 직접 선택해 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집안 사정은 점점 더 팍팍해진다. 아버지의 실직, 학비 부담, 생활비 압박은 가족 전체를 짓누른다. 엄마는 딸의 옷을 사줄 때조차 가격표를 먼저 보고,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생활비 계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레이디 버드의 꿈은 엄마에게 아름다운 이상이 아니라 위험한 사치처럼 보인다. 그래서 엄마의 말은 매번 거칠어지고, 딸은 그런 말을 사랑이 아닌 부정으로 받아들인다.

결국 레이디 버드는 대학 합격 통보를 받는다. 뉴욕의 학교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아버지는 조용히 기뻐하고, 딸의 가능성을 밀어주고 싶어 한다. 반면 엄마는 쉽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 서운함, 걱정, 자존심, 애정이 뒤엉킨다. 공항으로 가는 날에도 엄마는 끝내 감정을 매끈하게 정리하지 못한 채 딸과 거리를 둔다. 그 장면은 둘의 관계를 단순한 화해나 감동으로 봉합하지 않는 이 영화의 태도를 보여준다. 사랑하지만, 그래서 더 서툴고 더 늦는 관계라는 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뉴욕에서 비로소 돌아보게 되는 이름과 집


뉴욕에 도착한 뒤 레이디 버드는 처음에는 들뜬 자유를 누리는 듯 보인다. 낯선 도시, 새로운 친구들, 부모의 간섭이 없는 공간은 그가 오랫동안 원했던 세계이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 와 보니 모든 것이 완전한 해방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술에 취해 응급실에 가게 되고, 낯선 도시의 밤공기 속에서 그는 문득 집과 가족을 떠올리게 된다. 새크라멘토를 그렇게 벗어나고 싶어 했던 자신이, 정작 멀리 와서는 그곳의 공기와 거리, 가족의 존재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레이디 버드는 자신의 본명인 크리스틴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는 아주 중요한 변화이다. 영화 초반의 그는 본명을 버리고 스스로 새 이름을 붙임으로써 지금의 삶을 부정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이르러 그는 자기 이름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반항의 패배가 아니라, 자기 삶 전체를 조금 더 정직하게 끌어안게 되었다는 뜻이다. 도망치듯 벗어나고 싶었던 고향도, 끝없이 부딪히던 엄마도, 초라하다고 여겼던 자신의 배경도 모두 지금의 자신을 만든 일부였음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영화의 결말에서 레이디 버드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그 전화는 거창한 화해 선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 짧은 목소리 안에는 이전과는 다른 감정이 들어 있다. 엄마의 사랑이 완벽하지 않았듯, 자신의 반항 역시 완전히 정당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이 결말은 누가 옳았는지를 가리는 엔딩이 아니라,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상처를 주고받던 관계가 조금은 다른 자리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엔딩이다. 레이디 버드의 진짜 성장은 뉴욕에 간 것 자체가 아니라, 떠난 뒤에야 자신이 떠나온 세계를 비로소 볼 수 있게 된 데 있다.




결말 해석


레이디 버드의 결말은 단순히 주인공이 뉴욕에 진학하는 성공담이 아니다. 이 영화의 진짜 결말은 ‘탈출의 완성’이 아니라 ‘이해의 시작’에 가깝다. 영화 내내 레이디 버드는 새크라멘토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곳은 촌스럽고 답답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가두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는 더 멋진 도시, 더 세련된 사람들, 더 근사한 삶을 꿈꾼다. 그러나 영화가 마지막에 보여주는 것은, 사람이 어떤 장소를 떠난다고 해서 자기 삶 전체를 잘라낼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뉴욕에 도착한 뒤 레이디 버드는 처음으로 자신이 원하던 자유를 얻는다. 부모의 통제도 없고, 고향의 익숙한 시선도 없다. 겉으로 보면 그는 마침내 원하는 세계에 입성한 듯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해방감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 남겨진 자리에서 찾아오는 공허함을 보여준다. 낯선 도시에서 취해 쓰러지고, 혼자 거리를 걷고, 예배당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과정은 레이디 버드가 처음으로 자기 내면과 마주하는 순간들이다. 이전까지의 반항이 바깥을 향한 몸부림이었다면, 결말부의 시간은 그 반항이 지나간 뒤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이 결말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레이디 버드가 다시 본명인 크리스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영화 초반 그는 자기 이름조차 거부한다. 본명은 부모가 준 이름이고,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과 연결된 이름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레이디 버드라고 부르며 자기 자신을 새로 창조하려 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본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과거의 자신과 고향과 가족을 더 이상 완전히 부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것은 반항의 포기가 아니라 성장의 징표이다. 진짜 성장은 지금까지의 나를 싹 지우는 데 있지 않고, 부끄럽고 미워했던 과거까지도 결국 내 일부였음을 인정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엄마와의 관계이다. 영화는 끝까지 둘을 완벽하게 화해시키지 않는다. 눈물로 껴안고 모든 오해가 풀리는 식의 결말이 아니다. 대신 엄마의 부재가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지는 방식으로 감정을 남긴다. 공항에서 엄마는 돌아오고, 편지도 끝내 직접 읽히지 않는다. 그런데 바로 그 미완의 감정이 이 영화의 힘이다. 현실의 가족 관계는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사랑은 분명하지만 표현은 서툴고, 상처는 남아 있으며, 이해는 늘 늦게 도착한다. 레이디 버드가 마지막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은 그래서 더 뭉클하다. 그것은 거창한 사과도, 완전한 화해도 아니지만, 이전과는 다른 자리에서 엄마를 이해하려는 첫 번째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결국 레이디 버드의 결말은 ‘집을 떠난 소녀의 승리’가 아니라 ‘떠나고 나서야 집의 의미를 알아버린 소녀의 성숙’이라고 볼 수 있다. 새크라멘토는 한때 지워버리고 싶은 공간이었지만, 마지막에는 자신을 만든 시간과 사람들의 총합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엄마의 잔소리도 단지 통제가 아니라 불안과 사랑의 다른 표현이었다는 사실이 늦게나마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는 청춘의 자유를 찬양하는 작품이면서도 동시에, 그 자유가 얼마나 많은 관계와 기억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레이디 버드는 뉴욕에 가서 비로소 더 멀리 나아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처음으로 자기 출발점을 제대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는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되기 시작한다.




제목 <레이디 버드> 뜻 해석


레이디 버드(Lady Bird)는 사전적으로 흔히 떠올리는 무당벌레 이미지와 연결될 수 있지만, 영화 안에서 더 중요한 의미는 주인공이 스스로에게 붙인 새 이름이라는 점이다. 크리스틴은 자기 본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이름에는 가족, 고향, 계급, 현실 같은 자신이 벗어나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이 붙어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레이디 버드라고 부르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이 이름은 단순한 별명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거부하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사춘기의 선언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그는 다시 본명인 크리스틴 쪽으로 돌아온다. 이때 제목의 의미도 달라진다. 처음의 레이디 버드는 반항과 탈주의 이름이었다면, 마지막의 레이디 버드는 한 시절의 뜨겁고 서툰 자아를 상징하는 이름이 된다. 즉, 레이디 버드라는 제목은 결국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오는 ‘자기를 새로 만들고 싶어 하던 시절’ 자체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감상포인트


엄마와 딸의 관계가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이 영화의 핵심은 첫사랑이나 대학 진학이 아니라 결국 엄마와 딸의 감정 싸움이다. 둘은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늘 상처 주는 방식으로 튀어나온다. 그래서 관객은 둘 중 한쪽만 미워하기 어렵다. 엄마의 통제도 이해되고, 딸의 반항도 이해된다.


성장영화이면서도 주인공을 미화하지 않는다/
레이디 버드는 사랑스럽지만 동시에 이기적이고 허세가 있으며, 때로는 친구에게 잔인하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단점을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불완전함 자체가 사춘기의 진짜 얼굴이라고 말한다.


계급 의식과 열등감을 섬세하게 건드린다/
레이디 버드는 단순히 고향이 싫은 것이 아니라, 자기 집의 경제적 위치와 문화적 배경까지 부끄러워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성장영화이면서 동시에 계급 감각과 자의식의 영화이기도 하다.

첫사랑 서사가 현실적이다/
대니와 카일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레이디 버드의 환상을 깨뜨린다. 첫사랑은 인생을 완성해 주는 사건이 아니라, 타인과 자신을 조금 더 복잡하게 이해하게 만드는 통과의례처럼 그려진다.

결말이 조용해서 더 오래 남는다/
마지막은 극적인 눈물바다가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멀리 떠난 뒤에야 집의 의미를 알게 되는 감정, 부모를 뒤늦게 이해하게 되는 감정이 담백하게 남는다.





명대사, 명장면

명대사

“Call me Lady Bird.”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고집하는 주인공의 태도는, 스스로를 새로 정의하고 싶어 하는 사춘기의 욕망을 상징한다.


“I want you to be the very best version of yourself.”

엄마의 이 말은 사랑이 통제처럼 들리는 이유를 보여준다. 좋은 뜻이지만, 듣는 딸에게는 지금의 자신이 부족하다는 판정처럼 꽂힌다.


“What if this is the best version?”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라는 기대와, 지금의 나도 이미 나라는 사실 사이의 충돌이 이 한마디에 담겨 있다.


명장면


차 안 말다툼 후 레이디 버드가 차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엄마와 딸의 관계를 단숨에 설명하는 상징적인 오프닝 장면이다.

대니와 함께하는 연극부와 첫 연애의 순간들/
사춘기 특유의 설렘과 서툶이 가장 예쁘게 살아나는 구간이다.

카일의 실체를 깨닫는 장면/
레이디 버드가 동경하던 세계의 허상을 직면하는 장면이다.

프롬 직전 줄리에게 돌아가는 장면/
화려함보다 진심이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뉴욕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마지막 장면/
영화의 감정을 가장 조용하고도 깊게 마무리하는 장면이다.





영화음악


레이디 버드의 음악은 영화의 정서와 시대감을 살리는 중요한 요소이다. 전반적으로 2000년대 초반 청춘의 감성을 불러오는 삽입곡들과 잔잔한 오리지널 스코어가 어우러져, 사춘기의 불안과 설렘, 이별과 후회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기억할 만한 음악

Jon Brion - 오리지널 스코어

Dave Matthews Band - Crash Into Me

Alanis Morissette - Hand in My Pocket

Justin Timberlake - Cry Me a River


이 작품의 음악은 대사를 앞서 나가기보다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쳐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특정 장면보다 그 장면의 공기와 감정이 음악과 함께 오래 남는다.




레이디 버드(2017)는 엄마와 딸의 사랑과 상처, 사춘기의 허세와 후회를 가장 현실적으로 담아낸 청춘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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