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이야기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후기

by 토토의 일기 2021. 1. 4.
반응형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넷플릭스 제공 정보

15세관람가 |
로맨스/멜로 |
미국2018년 제작 |
123분
감독마이크 뉴웰
출연
릴리 제임스 - 줄리엣 애슈턴

미힐 하위스만 - 도시 애덤스

글렌 파월 - 마크 레이놀즈

제시카 브라운 핀들리 - 엘리자베스 매케너

캐서린 파킨슨 - 이솔라 프리비

매슈 구드 - 시드니 스타크

톰 코트니 - 에번 램지

퍼넬러피 윌턴 - 어밀리아 모저리


전쟁 중에 결성된 외딴 섬의 북클럽. 런던의 작가가 그들을 찾아 떠난다. 유쾌하고 용감하게 나치의 점령을 견딘 사람들. 그들을 통해, 그녀의 삶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1) 이 영화의 주된 시공간적 배경

현재 : 1946년 종전직후 런던
과거 : 1941 독일점령기 영국해협 건지섬

건지 아일랜드 ??

Guernsey Island
(내용참고 : 두산백과)

프랑스의 노르망디와 영국의 남단 사이에 있는 영국해협에 있으며 그 중 여러 개 섬의 집합체인 채널 제도에 속해 있다.

영국 왕실 소유의 자치령이나, 자체 입법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영국 본토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프랑스 해안에서 불과 48㎞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지리적으로 프랑스와 가까우며 주민의 생활양식도 프랑스풍이 짙다.

2차세계대전 때 영국본토는 독일 항공기의 공격을 받기는 했으나 독일 치하에 놓이지는 않았다. 영국령이면서도 프랑스에 가까웠던 건지섬은 독일에 5년간( (1940. 7~1945. 5)점령되는 굴욕을 당했는데 이 영화의 주된 사건은 이 기간 동안 일어난다.



2) 관람 후기

나는 영화를 볼 때 풍경을 위주로 본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매우 흡족한 영화였다.

줄리엣이 건지섬에 처음 들어갈 때 눈앞에 펼쳐진 건지섬 풍경 ... 바닷가 언덕으로 옹기종기 붙어있는 소박하고 예쁜 집들 ... 그 집의 지붕과 작은 창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좁고 경사진 시골길, 낡았지만 정겨운 집들, 집과 집 사이의 띄엄띄엄 넉넉한 거리, 그 길가의 나무들과 꽃들

바닷가 언덕의 노란 풀꽃, 초록 구릉지

줄리엣이 도시 애덤스와 혹은 그의 딸 킷과 함께 걸어다니던 섬의 곳곳이 눈을 즐겁게 했다. (그런데 이 촬영지가 실제 건지섬은 아니라고 하니 헉~. 실제 촬영 장소는 잉글랜드 남서쪽에 있는 데본 북부라고 한다.)


주인공 줄리엣 에슈턴은 각광받는 신예 작가이다. 독자와의 만남을 위한 서점 투어 스케줄이 빡빡할 정도이니 작가의 입지는 탄탄한 것 같고, 넓고 좋은 집을 찾아나서는 것을 보니 돈에도 궁색해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잘 생기고 멋있고 돈 많고 능력있는 미국인 남자 친구(마크 레이놀즈)까지 있으니 무엇이 부러우랴 싶다. 그뿐인가. 늘씬한 몸매에 하얀 피부에 예쁜 얼굴에 첫눈에 사람을 뿅 반하게 하는 미인이니 ~ (건지섬에서 묵을 곳을 알아보러 우체국에 들렀을 때 우체국장 에번 램지의 표정이 웃겼었다.)

그럼에도 지금 자신의 모습에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전쟁 직후 칠흑같은 어둠에서 너무 갑자기 축제로 바뀐 사람들 모습이 낯설어서일까.

전망까지 끝내주는 넓고 환한 새집도 구입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집에 들어서던 순간 폭격으로 무너진 자신의 옛집이 떠오르고 폭격으로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만 났을 뿐. 아직 줄리엣은 전쟁의 상흔을 다 지우지 못한 듯하다.

이런 그녀에게 건지섬 양돈 농부한테서 편지 한통이 날아온다. 재활용 봉투에 소박한 글씨로 쓴 도시 애덤스의 편지(전쟁 기간 동안 돈이 궁해 팔았던 줄리엣의 책이 도시의 손에 닿았던 것이다.)

"찰스램의 엘리아 수필선집을 통해 그쪽을 알게 되었다. 독일군 점령기간 동안 무료한 시간을 찰스램 덕분에 많이 웃으며 보냈다. 특히 돼지구이에 관한 이야기가 압권이었는데,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도 독일군으로부터 돼지구이를 비밀로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찰스램이 편집한 유아용 섹스피어선집을 구하고 싶은데 이곳엔 남아있는 서점이 없다. 런던에 있는 서점 이름을 알려 주기를 부탁한다." 라는 내용의 편지

이 편지를 읽고 줄리엣은 책도 귀소본능이 있어 자기에게 어울릴 만한 주인을 찾아갔을 거라는 호감어린 답장을 보낸다.

이후 도시의 편지를 통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된다.

1940년 독일군이 건지섬에 있는 모든 가축을 탈취해서 대륙에 있는 병력의 식량으로 썼다. 가축은 한 마리도 기를 수 없었고 대신 감자농사를 지어 연명하게 했다. 결국 점령 후 첫겨울이 오자 식량이 바닥이 났고 제대로 된 식사는 기억속에서만 남게 되었다. 그들은 라디오도 몰수해 갔고 우편업무도 막았으며 전선줄까지 끊어버렸다.

그렇게 고립된 삶을 살던 어느 날, 도시는 푸줏간에서 쓰는 칼을 가지고 모이라는 연락을 받는다. 어밀리아가 몰래 길러온 돼지로 엘리자베스가 돼지구이 만찬을 생각해 낸 것이다.

모두 굶주렸었지만 진정 무엇에 굶주렸는지 엘리자베스는 알았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과의 소통, 유대감이라는 것을.

또다른 주민인 이솔라는 직접 담근 진과 각종 치료제를 가져왔다. 우체국장인 에번은 버터도 설탕도 밀가루도 넣지 않고 오직 감자로만 만들어 감자껍질로 장식한 감자파이를 가지고 왔다.

점령받은 사실도 잊은 채 모처럼 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통금시간을 놓치고 만 사람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순찰 중이던 독일군에게 검문을 당하게 되는데 그때 임기응변으로 둘러댄 모임 이름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들은 매주 금요일 진짜 북클럽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촛불 하나만으로 암흑기에 자유롭게 새로운 세상을 탐독하며 점령기의 암울한 시간들을 견뎌낸 것이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관심이 커진 줄리엣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도시한테 밝힌다.

서점투어 스케줄을 다 접고 건지섬으로 떠나던 날. 항구에서 줄리엣은 마크 레이놀즈의 깜짝 프러포즈를 받는다. 왕방울만한 다이아 반지까지! 마크에게 뜨거운 눈빛인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예스라고 답했으니 결말은 뻔할 뻔자이다.

아름다운 건지섬에 도착하여 숙소를 정하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찾아갔을 때

유명 작가가 참석했으니 엄청나게 환영해 줄 거라 기대하며 보았는데 웬걸~

이솔라 프리비와 어밀리아 모저리의 태도는 왠지 시큰둥하고 어색하고 당황해 하는 것 같다. 환대와는 거리가 먼, 마지못해 맞이하는 느낌이랄까.

에번과 도시와 에번의 손자까지 다 모여 드디어 토론이 시작되고 나서야 다행히 분위기는 좋아졌다.

그런데 마무리를 하면서 줄리엣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관한 기사를 신문에 쓰고 싶다고 하자 다시 모두들 당황해한다. 그저 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러 온 거라 생각했었는데 소재 취재차 왔다고 느껴서 실망한 것일까.
"타임스 독자를 감동시키는데는 관심이 없다. 먼길 오셨는데 헛고생시켜서 미안하다."라고 어밀리아가 확실히 못을 쾅쾅 박기까지 한다. ...

도시와 이솔라를 통해 줄리엣은 그들이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후에 알게 된다. 어밀리아와 북클럽 사람들은 독일에 끌려간 엘리자베스가 돌아올 때까지 마음에서 전쟁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엘리자베스와 크리스티안의 사랑을 반대하여 그 둘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뒤늦게 깨달은 어밀리아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야기가 알려지게 되면 엘리자베스의 딸 킷을 크리스티안의 가족(독일인)에게 뺏길까 두렵다.

엘리자베스는 어밀리아에게 딸과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런던에서 여름마다 왔었다.
사실 1940년에 피난갈 수 있었는데 제인이 임신한 상태라 엘리자베스도 건지섬에 남았다.(독일 침공에 앞서 건지섬 주민들은 영국본토로 피난 간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어린이들은 모두 본토로 피난시켰는데 우체국장 손자가 본토로 피난하는 장면이 영화에서 꽤 비중있게 그려진다.)

그렇게 독일이 침공했고 모두가 발이 묶였다. 제인은 독일군 폭격에 휘말려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에서 수술로 아기라도 구하려다 아기마저 유산되고 만다.

이 때 엘리자베스는 병원에 배치되었던 독일군의사 크리스티안 헬만을 알게 되어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독일점령군이었지만 너무나 선하고 사랑이 많았던 크리스티안. 하지만 마을사람들에게 그는 그냥 나치의 일원일 뿐이었다.

독일군 때문에 딸과 태아를 잃었다 생각하는 어밀리아는 엘리자베스와 크리스티안의 사랑을 결사 막아선다.

결국 어밀리아의 극심한 반대로 통금 이후 엘리자베스 집을 나와 막사로 돌아가던 크리스티안은 순찰병에게 발각되어 대륙으로 쫓겨나고 만다. 그후로 둘은 못 만났다. 독일로 이송되던 중 어뢰를 맞아 배가 침몰하고 크리스티안은 사망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점령기 동안 독일군들은 건지섬 해안가 절벽마다 초소를 짓고 해안가로는 지뢰를 묻었다. 초소를 짓는 인력은 폴란드와 러시아에서 잡아온 포로들이었다. 이 포로들은 밤낮 안 가리고 일할 뿐 아니라 천장이 없는 수용소에 갇혀 햇빛이고 빗물이고 그대로 다 맞아야 했다.

섬사람들은 근근히 끼니를 챙겼지만 그들은 근근히 일만 하다가 아무것도 못 먹고 죽어버렸다.

엘리자베스가 독일군에게 연행된 것은 이 포로들 중에 탈출한 한 소년을 구해주려다 발각되었기 때문이다.

먹을 게 없었던 그 곤궁기에 남은 빵 하나도 남에게 내어 줄 줄 아는 도시의 선함을 믿고 어린 딸 킷을 그에게 맡긴 채 엘리자베스는 소년병에게 줄 보급품을 구하러 어둠 속으로 달려갔다. (타인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이 얼마나 강하면 어린 딸을 두고 남을 구하러 나설 수 있었을까. 엘리자베스의 범접할 수 없는 이타심에 가슴 아팠다. 킷이 얼마나 예쁘고 가여운지 영화 보는 내내 짠~)
그러나 결국 총성이 들리고 소년병은 길에서 살해되고 엘리자베스는 연행되어 독일로 끌려가고 만다.

이렇게 끌려간 지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엘리자베스 때문에 어밀리아에겐 아직도 전쟁이 진행 중인 것이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얘기도 햇빛 속으로 내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줄리엣은 미국인 남자 친구에게 엘리자베스의 생사여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능력있는 그는 수소문하여 엘리자베스의 소식을 가지고 건지섬으로 찾아온다. 독일 수용소에서 경비병에게 폭행당하던 소녀를 구하려다 결국 본인은 죽고 말았다는 소식.

엘리자베스의 이타적인 선택으로 엄마 잃은 아이가 된 킷도 마음이 쓰이고, 그런 킷을 돌보며 낡고 초라한 집에서 자신의 인생은 없이 킷만을 위해 살고 있는 도시 때문에도 줄리엣은 마음이 아프다. 도시의 선량함을 알아볼 줄 아는 시력좋은 줄리엣에게 능력 출중한 남친이 오래 마음에 남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남친과 런던으로 돌아온 줄리엣. 결국 무거운 왕관처럼 자신을 짓누르던 약혼반지를 돌려주며 마크와의 만남에 종지부를 찍는다.

런던으로 돌아온 뒤 한동안 집콕하며 침잠해 있던 줄리엣은 출판매니저 시드니의 격려에 힘입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쓰기 시작한다. 그동안 그들에게 보고 들었던 이야기와 건지섬 역사자료관에서 조사한 내용들을 참고로 하여 쉬지 않고 써내려간다. 출판 목적이 아니라 그들이 점령기를 어떻게 헤쳐나왔는지 진솔하게 기록해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쉼없이 매달려 탈고한 뒤 두 부를 만들어 한부는 매니저에게 보여주고 사본 한부는 건지섬 북클럽에 보낸다. 그 책은 북클럽 사람들에게도 줄리엣에게도 전쟁의 상흔을 치유할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점령기를 살면서 그 암흑의 시기에도 책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살아간 사람들. 책을 통하면 아무리 낯선 사람일지라도 마치 가족 같은 인간적인 유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인 것 같다. 책의 마법 같은 힘을 보여주는 영화 !

엔딩은 내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이다. 책을 탈고하고 사본을 보낸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위해 서로를 찾아나서는 두 사람, 런던 부둣가에서 운명의 재회를 하고 둘이 동시에 프러포즈를 하는데 줄리엣이 조금 빨랐다. ㅎㅎ

엔딩 장면은 너무나 아름답다.
줄리엣이 건지섬에 마련한 예쁜 집에서 세 사람이 함께 책을 읽는 장면

집안에서 커튼 펄럭이는 창을 지나자 나무들 아래로 초록 잔디뜰이 펼쳐진다. 잔디밭에 깔자리가 펼쳐져 있고 찰스램이 편집한 섹스피어의 이야기(줄리엣이 도시에게 사다 주었던 책)를 킷에게 들려주는 줄리엣의 목소리가 들린다. 세 사람이 함께 있는 참으로 평화롭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 킷에게도 줄리엣에게도 도시에게도 행복한 결말이 되었다.



🎬
●민망한 장면이 없어서 가족끼리 보기에 참 좋은 영화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영화이다.
●사람이 어떻게 살면 아름다울까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이다.
●에밀리 브론테, 찰스램, 버지니어 울프 등의 책을 다시 꺼내게 만드는 영화이다.
●보고 또 보고 싶은 영화이다.
● 지금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영화이다.(제목으로 검색해서 찾아야 한다.)









































반응형